나 가거든
2001년 5월부터 2002년 7월까지 방영된 124부작 KBS 특별기획 드라마 <명성황후>의 주제곡입니다. “내가 조선의 국모다”라는 명대사가 탄생한 드라마로, 최고 시청률 30%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외세의 틈바구니 속에서 국운을 개척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모습으로 명성황후를 그려 세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일본낭인들의 칼날 앞에서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나는 조선의 국모다” 소리치는 명성황후 일갈이 유행어가 되기도 했습니다.
드라마 [명성황후]는 민비에 대한 대중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많이 바꾸어놓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논란도 많이 일어났습니다. 명성황후가 나라를 위하기보다 민씨 집안의 사리사욕을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는 평가가 주류라면, 이런 부정적 평가는 일본 사학계의 주장을 답습하는 꼴이라며 명성황후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다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대두되었습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들은 ‘민비’라는 호칭이 낯익을 것입니다. '민비' 라는 표현은 따지고 보면 전혀 격하하는 호칭이 아니라, '민씨 왕비'를 줄여서 말하는 것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황후', '왕후' 등의 호칭은 죽고 나서 추존되는 것이거니와 비(妃)라는 말도 극존칭에 해당합니다._다만, 명성황후 라는 호칭이 일반화 되었기에 이 글에서는 명성황후 라고 표현합니다.
드라마 주제곡인 <나 가거든>은 천상의 목소리, 세계 최고의 소프라노 등 다양한 수식어로 표현되는 대한민국 대표 리릭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조수미가 불러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마치 시를 읊는 듯한 매력적인 가사와 서정적이면서도 아련함, 외로움 등의 느낌을 잘 표현한 멜로디 라인으로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 한 바 있습니다.
나 가거든 (가사)
쓸쓸한 달빛 아래 내그림자 하나 생기거든
그땐 말해볼까요 이 마음 들어나 주라고
문득 새벽을 알리는 그 바람 하나가 지나거든
그저 한숨 쉬듯 물어볼까요 난 왜 살고 있는지
나 슬퍼도 살아야하네 나 슬퍼서 살아야하네
이 삶이 다하고 나야 알텐데
내가 이 세상을 다녀간 그 이유
나 가고 기억하는 이
나 슬픔까지도 사랑했다 말해주길
흩어진 노을처럼 내 아픈 기억도 바래지면
그땐 웃어질까요 이 마음 그리운 옛 일로
저기 홀로선 별 하나 나의 외로움을 아는건지
차마 날 두고는 떠나지 못해 밤새 그 자리에만
나 슬퍼도 살아야하네 나 슬퍼서 살아야하네
이 삶이 다하고 나야 알텐데
내가 이 세상을 다녀간 그 이유
나 가고 기억하는이
내 슬픔까지도 사랑하길
부디 먼 훗날 나 가고 슬퍼하는 이
내 슬픔 속에도 행복했다 믿게-
특히, “나 슬퍼도 살아야 하네~ 나 슬퍼서 살아야 하네~”이 노랫말은 당시 명성황후의 통탄스러움을 압축한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 삶이 다 하고 나야 알 텐데, 내가 이 세상을 다녀간 그 이유~” 부분은, 명성황후 자신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그 슬픔마저 이해하고 사랑해주길 바란다는 황후로서의 마지막 소망을 담은 가사로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이 노래를 부른 조수미는 이런 역사적 슬픔을 대변하는 듯 명성황후의 슬픔과 좌절, 비극적인 상황, 그리고 황후로서의 무거운 책임감 등을 통곡하듯 그녀의 목소리에 담아 냈습니다.
한편, 명성황후에 대한 재평가를 하게 된 것은 명성황후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1995년 초연작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였습니다. 1995년 당시 처음 관객들을 찾아온 명성황후는 국내에 뮤지컬이라는 장르조차 생소했던 시기에 만들어진 창작뮤지컬입니다. 국내 뮤지컬 역사상 최초로 입석 티켓을 발매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한국 창작 뮤지컬의 자존심, 국민뮤지컬 등으로 불리며, 1997년 초연 2년만에 한국 창장 뮤지컬로는 최초로 영국 브로드웨이/웨스트엔드 진출하며 해외 언론의 극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대형 창작뮤지컬 최초의 100만관객, 1000회 공연 돌파 등의 화려한 타이틀을 가진 뮤지컬입니다. 올해는 뮤지컬 명성황후의 25주년으로 코로나 시국임에도 기념공연을 펼쳤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지난 25년간 유지되어 왔던 Sung-Through 형식에서 탈피하여 대사가 추가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극의 이야기가 한층 강화된 느낌을 받게 했다고 합니다. 또한 국악기와 양악기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양방언 님이 편곡에 참여해 다양한 편성의 오케스트라와이 협연이 이채롭고 아름다웠다고 평가받습니다. 기존의 화려한 의상과 가채, 상투 등의 무거움을 과감히 탈피하여, 현대적인 감각의 한복으로 무대의상이 재탄생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뮤지컬에서는 '나 가거든' 이 곡은 나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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